신입사원 일기

출근 셋째 주 목요일 - 신입은 멘탈이 약한 사람들입니다

말하는 감Jㅏ 2021. 8. 19. 23:36

오늘은 임시 랩탑을 수령하기 위해 현장 출근을 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줍게 사원증을 꺼내 버튼을 눌렀어요. 앗, 신입이라 그런지 사원증 스캔을 하지 않았나 봐요. 사원증 스캔 후 원하는 층 버튼을 눌렀는데 눌리지 않았어요. 당황했지만, 신입은 그 당황한 것을 티 내는 순간 멘탈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어요. 전 그렇게 차분하게 다른 직원들이 내리는 층에 내렸어요. 웃긴 게 사원증으로 건물 출입은 또 가능했어요. 우선 출근을 해야 하니 제 개인용 랩탑으로 업무 준비를 했어요. 아무도 없을 때 엘리베이터에 다시 타서 사원증을 스캔했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은 여전히 눌리지 않았어요. 구질구질하게 사원증을 케이스에서 꺼내 아주 정밀하게 스캔해봤지만, 묵묵부답이었어요. 아무렇지 않은척하고 싶었지만, 출근길부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은 층에 있었어요.

낮에는 한 직원분과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어요.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알고 보니 엘리베이터 출입용 카드가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어요. 왜 아무도 저에게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걸까요? 티타임을 통해 사내 전반적인 분위기와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어요. 회사에서 오프라인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너무 뜻깊었어요. 다시 확인한 사실은, 이곳은 모든 것이 셀프 이며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것이었어요. 오늘 엘리베이터 사건(?)으로 놀라기엔 제가 너무 병아리 같은 말하는 감자라는 현실도 다시 깨달을 수 있었어요. 대부분 처음 입사하게 되면 앞이 보이지 않는 까만 터널, 혹은 시공간이 뒤틀리는 백색 공간과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그 둘 모두를 느껴본 것 같기도 해요. 뭔가 모든 업무에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제가 못 찾은 것으로 전 생각하고 있어요. 본인의 인생 이야기에서부터 업무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직장인다운 대화를 이어 나갔어요.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같은 매니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스스로 능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업무에 도움이 될 공부에서부터 언젠가 맞이할 오프라인 근무를 위한 준비 과정까지 말하는 감자는 온종일 귀를 쫑긋 열었어요.

점심 식사는 직원분께서 입사 후 처음 갔던 식당에서 먹었어요. 지나친 의미 부여는 아니지만, 저도 회사 근처에서 식사를 해본 건 처음인지라 뭔가 더 맛있는 것 같았어요.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도 이어나갈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 진학이 인생 전부인 것처럼, 취업 준비생 또한 취업하고 나서는 방향성을 잃을 때가 많다는 것이었어요. 다행히도 이곳에서는 스스로 자만할 수 없게, 훌륭한 동료가 주변에 많다고 알려주셨어요. 스스로 편안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는 이유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매너리즘을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이게 참,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찌 해야 할지... 초심을 잃지 않기로 또 마음먹었어요. 식사 후에는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해서 오피스로 돌아왔는데, 직원 할인이라는 꿀팁도 알 수 있었어요. 식당에서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다가, 새로운 직원분들과 인사할 기회도 만들어주셨어요. 조직 시스템이 워낙 크고 복잡해서인지, 친절하게 어떤 조직에 계신지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신입 말하는 감자는 열심히 인사를 했습니다. 복도에서는 제 인터뷰를 담당했던 직원분과도 마주칠 수 있었어요.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지만, 과거에 1시간 넘게 화상으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강렬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오늘 대화의 결론은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언젠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였어요. 교육 시간에 맞춰 헤어진 뒤 각자의 업무로 돌아갔어요.

교육 특성상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해서, 처음으로 회의실을 스스로 예약했어요. 오늘 아침에 미리 예약 방법을 미리 다른 직원분에게 문의해둬서 다행이에요. 오늘 교육은 어제보다 더 어려웠어요. 오늘 일정에 대한 개요 설명만 들었지만,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어요.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것처럼, 정말 어려웠어요. 그룹별로 토의를 하는데 에너지 넘치던 어제의 동료는 모두 사라지고, 모두 목소리에 풀이 죽어 있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가 오디오가 겹쳐 당황스러웠는데, 오늘은 누군가가 말을 해도 리액션이 없어 다들 본인 마이크가 꺼져있었는지 확인했어요. 각 역할을 나눠 발표 준비를 해야 했는데, 문제는 저는 동료가 없었기에 스스로 제 업무를 해야 했어요. 하지만 폭풍 같은 정보 속에서 전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저랑 같은 처지에 있던 친구들이 단체 채팅방에 "나만 길 잃은 건 아니지?"라며 메시지를 남겼어요. 저만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안심되었지만, 다들 처음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니 낯설었어요. 집단 지성으로 각자 알고 있는 먼지 같은 정보를 모으고 모아, 어떤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는데, 세상에 이렇게 광대한 정보는 또 처음이었어요. 읽어도 읽어도 줄어들지 않는 스크롤 바에 경악했어요. 네, 저는 교육 내내 외롭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스스로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어요.

쉬는 시간에는 업무용 랩탑을 수령했어요. 택배로 보내고 싶었지만, 내부 사정 때문에 제가 수령하기로 했어요. 랩탑을 이리저리 보고 싶었지만, 그룹 토의를 하러 돌아가야 했어요. 오늘은 조용한 환경 속에서 다들 한숨만 쉬는 소리가 났어요. 처리해야 할 업무를 나눠, 분산 처리를 하고 있었지만 다들 방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룹 활동이 끝나갈 때 즈음, 저는 비로소 제 역할과 필요한 업무를 정리할 수 있었어요. 흑흑. 팀원들과의 시차 때문에 저는 내일 출근해서 제 파트를 업데이트하겠다며 팀원들에게 안내했어요. 과연 내일 아침에는 일이 조금 더 나아질까요?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오늘의 마지막 강연을 들으러 갔어요. 강연 중에 오늘의 감정을 물어보는 아이스브레이킹 질문이 있었는데, 대부분 '피로', '멘붕', '곤란'과 같았어요. 아니, 신입사원들의 멘탈은 그리 강하지 않을 텐데, 누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일정을 지었을까요? 하지만 강연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사고방식을 익히며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어요. 몸도 마음도 지친 하루였지만, 내일은 더 고난을 겪을 예정이라 ^^ 일보 후퇴하는 하루라고 생각하며 퇴근을 준비했어요. 신입들의 멘붕을 바라보며, 제 멘탈도 더욱 흔들렸어요. 이 또한 지나가겠죠?

혼란에 혼란으로 가득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오피스 방문은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대면으로 환영이 여전히 어색하지만, 오늘의 우여곡절 또한 신입 온보딩 과정 중에서의 추억이라 믿으며...
오늘의 추천곡은 CL의 멘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8LnzDTaC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