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일기

출근 넷째 주 화요일 - 쉽다고는 했지만 어렵지 않다고도 하지 않았다

말하는 감Jㅏ 2021. 8. 24. 22:32

오늘 오전에는 개인 미팅이 있었어요. 지난 금요일에 소개받은 직원분이셨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통화를 시작했어요. 내부 조직과 부서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초면에는 서로 자기소개를 나눠요. 전반적인 산업 동향과 함께 본인의 업무를 자연스레 소개해주셨어요. 풍문으로 듣기에는 산업군 내에서 만능 해결사가 되어야 이룰 수 있는 포지션을 가지고 계셨는데, 마치 대본이 있는 것 마냥 여러 인사이트를 주셨어요.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에서부터 최근 발생한 이슈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30분 정도라도 짧게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1시간을 꽉 채웠어요. 바쁜 시간 와중에 시간 할애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마지막으로 제 포지션과 연관있는 직원분을 또 소개해주셨어요. 회사와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끝까지 꿀팁을 나눠주시고 통화를 종료했어요. 내부 사이트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어 참 흥미진진했어요.

그리곤 지난주 교육에 대한 피드백 시간을 가졌어요. 건설적인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올바른 피드백을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중요성을 계속해서 들어왔어요. 생각해보니, 그전에는 피드백을 준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난주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고, 팀원 모두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작성을 위해 억지로 피드백을 모두에게 쓰는 대신, 저는 좋든 나쁘든 기억에 남는 팀원들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작성했어요. 항목을 하나씩 채우는데, 참 쉽지 않았어요. 이번 주에는 더 열심히 해서, 제가 남길 수 있는 피드백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오후에는 늘 그러하듯 교육이 시작되었어요. 오늘은 진행자분 대신, 갑자기 내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어요. 화면 공유를 하지 않은 채로 교육이 시작되어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새로운 기능들을 알 수가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이런 교육은 첫 주에 받았으면 좋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첫 달이 끝나기 전에 받아 다행이에요.

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팀별 활동을 하는데, 한 친구가 갑자기 다른 화상회의 링크를 나눠주며 들어오라고 했어요. 뭔지도 모른 채 접속했는데, 거기엔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알고 보니 몇몇 친구들은 초대를 받은 간담회 자리였는데, 문제는 저를 비롯한 대부분 친구는 초대를 받지 못한 거였죠. 다들 이렇게 하는 게 맞느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오늘 활동을 담당한 멘토는 거기 있으면 안 된다며 다시 돌아오라고 했어요. 뭐랄까, 카오스 그 자체였어요. 왜 이리도 혼란스러운 것인지!

오늘 활동은 그룹 내에서 각자 포지션에 맞춰 각자 다른 활동을 나눠서 해요. 어제 교육 담당자분께서 이번 주는 수월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기에, 부담 없이 오늘의 과제 파일을 열었어요. 팀원들도 모두 큰 걱정 없이 산뜻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오, 안내 문서를 읽는데 스크롤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점점 복잡해지는 게 느껴져요. 이때까진 같이 생각하고 그 의견을 정리하면 됐는데, 오늘은 실제로 환경 설정을 하고 실습을 해야 했어요. 문제는 팀원들이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낯선 환경이었고, 상당히 복잡한 조작방법을 요구했어요. 다행히 모두가 멘붕을 겪고 있을 찰나에 멘토가 등장했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며 알려준 방법대로 따라 해보니 해결되었어요. 모두가 안심하고, 멘토 없이 다시 수행하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에러가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침착하게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똑같이 오류투성이. 황급하게 멘토를 찾았지만, 꽤 기다려야 했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맡은 포지션 업무를 하기 시작했어요. 다행히도 저는 팀에 동료가 있었지만, 어떤 팀에는 혼자인 경우도 많다고 했어요. 문제는 동료가 있어도 똑같이 어렵다는 문제였어요. 실제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짜야 했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제가 어찌 알까요. 흑흑. 생각해보니 이번 주가 쉽다고는 했지만 어렵지 않다고도 않았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별도의 멘토가 또 있어, 자료를 모으는 방법 등이 모여있는 문서를 찾을 수 있었어요. 다행히도 맨바닥에서부터 고생하지 않게, 잘 작성된 양질의 자료가 많았어요. 물론 멘토가 퇴장하고 제가 원하는 문서는 찾을 수 없었다는 문제에 직면했지만요. 제 동료와 1:1로 계속 고민하고 의논하며 끝없는 검색을 통해 참고 자료를 찾을 수 있었어요. 오늘도 말하는 감자는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못했어요. 생각하면서 동시에 말을 해야 하는데, 제 영어는 아직 입 밖으로 바로 내뱉기에 쑥스러운가 봐요. 핵심부터 말해야 하는데, 계속 쓸 곳 없는 말만 하다 보니 너무 괴로웠어요. 흑흑. 그래도 1:1로 업무를 할 때는, 상대가 저를 배려해주었기 때문에 압박감이 덜 했어요. 어서 영어 공부를 더 해야겠어요.

오늘의 마지막 시간은 명상이었어요. 파란 눈 스님이 등장해 명상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징(?)소리와 함께 눈을 감고 속을 비우며 명상을 하는데, 문제는 명상에 쓰이는 단어들이 너무 어려웠어요. 긴장을 모두 풀고, 메시지에 따라서 몸과 마음을 제어해야 하는데 이미 온종일 영어로 듣고 쓰느라 과부하가 온 뇌엔 명상도 영어 듣기에 일부가 되어버렸어요. 안정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뭔가 스님께서 준비해오신 슬라이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영어로 명상해보는 신기한 경험을 한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어요.

오늘 하루도 퇴근했는데 세상이 멍했어요. 장마 때문인지 날씨는 어찌나 습했는지.
너무 순진하게 이번 주는 마냥 쉬울 줄 알았던 제 정신상태가 문제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어요.
다음에는 오늘처럼 어려운 교육이 있을 땐 미리 경고해주셨으면 해요.
그런 의미로 오늘의 추천곡은 타샤니의 경고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_rBqml0lx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