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첫 출근 아침까지도 편하게 옷을 입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첫 출근이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옷을 입고 갔어요.
회사 건물에 진입하니 그제서야 두근거렸어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넥타이도 매는데, 넥타이는 매번 맬 때마다 길이가 달라서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뿔싸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러지지 않았어요.
순간 엘리베이터 고장인 줄 알고 당황했지만, 다른 층은 눌러지는 걸 보니 출입증이 필요한 느낌이었어요.
1층에 다시 돌아가 문의했더니 해당 층은 출입증이 필요하다며, 리셉션 데스크로 가볼 것을 추천해주셨어요.
리셉션 데스크에 가니, 임시 출입증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처음으로 현장에 온 거라 이리저리 돌아다녔어요. 금방이라도 줄 것 같았던 임시 출입증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가 싶어 세상 당황스러웠답니다.
출입증을 받고, 약속의 시간에 맞춰 약속의 장소에 갔어요.
하지만 약속 시간이 지나도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담당자는 재택근무 중이었고, 출근 첫날 안내는 모두 화상으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주셨어요. 미리 알려주시지... 하지만 이미 공식 첫 출근은 시작되었기에 당황할 겨를이 없었어요.
저는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도 몰라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담당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회의실도 예약해주셨어요.
기본적인 신입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비로소 제 월급 날짜와 휴가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알 수 있었어요.
여기서는 모든 게 셀프라고 알려주셨어요. 업무에 필요한 대부분 정보가 공개되어 있으므로 도움을 구하기 전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주셨어요. 생각해보니 출입 방법조차도 스스로 알아야 했던걸 보면, 여기서 상당히 자아가 강해질 것만 같았어요.시간 여유가 있어 회사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볼 수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환경이 쾌적했어요! 뭐랄까 계속 현장 출근하고 싶은 기분?
현재 재택근무 중이라 대부분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겠지만요.
보안 때문인지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신원을 보증해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주눅 들면 안되지만 계속 출근 첫날 담당자분과 (눈치 보며) 연락을 해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갔어요. 회의실 컨트롤러도 사용하기는 어려워서, 결국 제 랩탑으로 화상 회의에 참여했답니다. 사실 담당자분도 컨트롤러는 사용해본 적 없으셨다고 했어요. (머쓱)오후에는 제 동료들을 처음으로 만났어요. 여전히 화상으로 인사한다는 게 어색했지만, 그래도 서로 얼굴을 보니 반가웠어요. 저 빼고 모두가 재택 중이었어요. 담당자분께서는 누가 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정장 입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출근했다고 생각했다고 하셨어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었지만, 여전히 정신이 없다고 하네요. 옆에서 아기가 울고, 고양이가 어깨에 올라오고, 난리도 아니라고... 너무 빠르게 바뀌는 근무의 형태가 신기하기도 해요.
텅 빈 사무실을 보면서 참 싱숭생숭했어요. 그래도 첫 출근은 오프라인으로 해서인지, 진짜 출근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회의실을 모두 정리하고, 마지막 일정 후 퇴근했어요.
출입증도 업무용 컴퓨터도 받지 못했지만, 제가 근무할 곳을 먼저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러운 하루였어요.
여전히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하나씩 알아가면 되지 않을까 여유롭게 생각하며 첫 출근을 마무리했어요.
그런 의미로 오늘의 추천곡은 거북이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m0s0CEEd3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