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넷째 주 목요일 - 터질뻔한 건 멘탈만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자 새로 도착한 메일을 모두 확인하고, 우선순위대로 필요한 업무를 처리했어요.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등록했고, 보안 수준 향상을 위한 설정도 끝마쳤어요. 글로벌 단위의 사내 행사 안내 메일도 읽어봤어요. 다들 외부 활동과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언제 업무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어요. 다들 시간 관리 능력이 장난 아닌 것 같아요.
지난주에 있었던 첫 팀 프로젝트의 개인 피드백 결과가 도착했어요. 사실 지난주는 따라가기도 너무 벅찼기 때문에 영향력이 거의 없어서, 피드백이 전혀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어요. 저는 팀원들에게 각자의 이름을 보면서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간결하게 나눴었는데, 제가 받은 피드백은 퍽 길었어요. 뭔가 티는 나지 않았지만, 다들 제가 영어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걸 느꼈나 봐요. 흑흑. 그 와중에 장점 중 하나가 간결한 핵심 파악이었어요. 사실 의도치 않게 비지 않는 오디오 속에서 강제로 짧게 말했었는데, 다들 이렇게 좋게 포장해주다니! 그럴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지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안을 피드백에 남겨주기도 했어요. 혼자라면 아쉬워하는 것에서 끝나곤 하는데, 이렇게 피드백을 주고받으니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더욱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적응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전 믿어요.
오후에는 타인들과 협업을 할 때 효과적인 기록 방법 및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교육을 받았어요. 생각보다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논의할 때 시간을 아끼며 효율적인 노트 방법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테크닉을 접할 수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사람의 집중력과 관리 가능한 리소스는 제한적이기에,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도구와 테크닉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짧지만 알찬 교육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오늘 오후에 있을 이번 주 최종 발표를 위해 팀원들끼리 발표 자료 제작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행히도 어제 초안 자료를 작성해두어서 인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팀원이 대략 10명이었는데, 한 명이 주도권을 가지고 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니 살짝 시간이 아쉬웠지만, 덕분에 더 보기 좋은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각 슬라이드별 발표자를 즉석에서 선정했어요. 함께 했던 친구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했어요. 다행히도 발표 전에 나타나서 함께 발표 준비를 끝낼 수 있었어요.
오늘도 평가위원이 방에 접속했고, 바로 발표를 시작했어요. 목요일이 되어서야, 이번 주에 함께한 팀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반가움도 잠시, 제 발표 파트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었어요. 제 발표 차례가 되었어요. 음소거했던 마이크를 켜고 말하는데, 앗?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분명 음소거를 해제했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재음소거 후 음소거를 해제해도 들리지 않았어요. 아니 갑자기 마이크가 왜 말썽인 것인지. 멘탈이 흔들렸지만, 카메라도 켜져 있었기 때문에 침착하게 설정을 바꿨지만 소용없었어요. 결국, 다른 친구가 대신 발표를 하기로 했는데, 기적적으로 갑자기 마이크가 켜졌어요. 후...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제한이 있었기에 신속하게 제 부분을 모두 끝냈어요.
한 시름 놓나 했는데, 다른 친구가 시현하는 과정에서 공유하던 창이 꺼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어요. 다시 창을 켜는데, 로그인부터 다시 해야 해서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 같았어요. 한동안 침묵이 흐르는 와중에, 저는 오디오를 비게 놔둘 수 없어서 친구가 다시 켜는 동안 어떤 걸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기 시작했어요. 전혀 생각도 못 한 상황이었지만, 과정 관련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적당하게 시간을 끌었어요. 다행히도 타이밍 좋게 친구에게 발언권을 넘겨주었고, 발표는 잘 마무리하였어요.
평가위원분은 상당히 냉철하게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나눠주셨어요. 차가울 줄 알았지만, 상당히 신경 많이 써주신 티가 났어요. 발표 자료는 전달력 뿐만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꿀팁들이 있다며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시기도 했어요. 특히 어설픈 예시를 보여줄 바에는, 실제로 있을 법한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공감을 얻는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어요. 뭐랄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랄까요? 다음번에 제가 실제 공식적으로 발표할 자리가 있다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코멘트들을 많이 남겨주셨어요. 그리고 아주 시크하게 퇴장하셨어요.
그리곤 방에 남아서 조원들과 이른 한 주 마무리를 했어요. 다들 정신이 없었다며 서로 마음속에 넣어두었던 압박감을 털어놨어요. 다들 공통으로 하는 말이 지난 주는 몰랐던 게 쉬웠지만 바빴고, 이번 주는 더 몰랐던게 더 어려웠고 더 바빴다며, 정말 정신없다고 그랬어요. 한 친구는 지난 주 발표 후 평가위원분이 너무 혹독하게 비평하여서 상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도 아팠어요. 준비했던 기획안이 문제가 있었다면 고칠 방법을 알려주시면 될 것 같았는데, 언어적으로 공격을 하셨나 봐요. 업무를 하다 보면 늘 좋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음을 알기에, 언제나 마음을 준비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갑자기 이 짤이 생각나곤 하네요.
오늘의 마지막은 다시 찾아온 명상의 시간이었어요. 오늘은 우리 주변의 감각들을 하나씩 교차로 느끼며 명상을 하는 시간이었어요. 여전히 영어로 명상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오늘도 온갖 노력을 했어요. 사실상 이번 주에 가장 큰일을 오늘 마무리했기에 다른 날보다 더 홀가분했던 것 같아요. 발표가 끝나서 오늘은 평상시 보다 교육이 조금 더 일찍 끝났어요.
얼마 전 회사 수령한 회사 컴퓨터를 세팅하기 위해서 켰어요. 초기 설정을 모두 끝내고, 로그인하려고 하는데 키보드가 뭔가 이상했어요. 뭐라고 해야 하나, 인체공학적인 촉감이랄까? 와, 역시 비싼 컴퓨터는 다르네~ 라고 하려고 했는데 키보드가 전반적으로 부풀었다는 게 느껴졌어요. 에이 설마, 하며 측면을 봤더니 부풀었어요. 터지면 어쩌지라고 하며 후다닥 컴퓨터를 종료해버렸어요. 내일 문의해야겠어요.
오늘 발표 후 지난 주에 다른 팀에서 있었던 아찔한 피드백 이야기가 계속 생각에 났어요. 저라면 그 상황에서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오늘 오전에 받았던 피드백처럼 타인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도 하게 된 하루였어요. 트와이스는 전화가 펑 터질 것만 같다고 했지만, 저는 랩탑이 터질 뻔했으니... 오늘의 추천곡은 트와이스의 Cheer Up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7rCyll5A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