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일기

출근 둘째 주 월요일 - 혼란의 팀 과제 시작

말하는 감Jㅏ 2021. 8. 9. 22:55

새로운 직장에서의 첫 주를 마치고 돌아온 말하는 감자에요.
오늘은 아침에 한국 직원분이 진행하시는 교육이 있어 참여했어요. 인터넷 관련 교육이었는데, 학부 때 들었던 수업 내용이 생각났어요.
중간마다 퀴즈도 있었지만 맞추지는 못했어요. 70명 넘게 함께 했었는데, 다들 에너지가 넘치셨어요. 뭐랄까 나이에 상관없이 배움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랄까?
선배님들이 (그분들은 제가 신입인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멋있게 보였어요.

그리고 신입 교육이 바로 시작되었어요. 시차 때문에 오늘 제 점심시간은 따로 없어서 밥 먹으면서 교육을 들었어요.
지난주에 진행을 담당했던 미국 담당자분께서는 자녀 대학 입학을 위한 이사를 도와주느라 한 주 휴가를 내셨어요. 그래서 대체자분이 오늘 진행해주셨지만, 미국은 여전히 일요일 밤이었기에 미안했었어요.
하지만 글로벌 팀에서 일한 지 15년이 넘어서 시차를 넘나들며 일하는 환경에 익숙하다고 하셨어요. 너무 멋져요.
오늘의 아이스 브레이킹 질문은 "금액에 상관없이 가보고 싶은 휴가 장소는?"이었어요. 처음에 화성 이야기도 나오고 여러 나라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국은 따로 없었어요.
한국도 볼 것 많은데! 먹을 것도 많은데! 혼자 안타까워했어요. 괜히 애국심이 불타올랐어요.

이번 주부터는 본인 포지션 관련하여 직무 교육이 있어요. 그렇게 교육이 시작되었어요.
교육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걱정하는 건 '오늘의 억양'이에요. 차라리 빠르더라도 조금이나마 익숙한 미국식 발음이 마음 편한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함께할 매니저분께서는 상당히 참여형 컨텐츠를 좋아하셨어요. 타이머를 맞춰두고 게시판에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이야기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영어가 낯선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 빠르면 알려 달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뭐지 저 달달한 매너. 하지만 호주 억양은 젠틀함 마저도 무너뜨렸어요. 뭐랄까 미국식도 영국식도 아닌 엑센트는 들릴 듯 말 듯, 애가 타는 영어였어요. 블랙핑크 로제 엑센트와 흡사한데, 교육 내내 눈도 귀도 모두 바빴어요. 천만다행인 게 실시간 자막을 켜두면 그나마 조금 나아요. 기술 만세!
본인의 업무 스타일을 측정하는 설문지에 응답하고, 그 결과로 팀을 나눠 본인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의 장단점, 그리고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협업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생각해보니 MBTI 검사랑 비슷했는데, 확실히 업무 환경에서는 같은 팀원들이 비슷한 업무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있던 팀은 먼저 끝나서, 다들 PC는 받았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른 나라는 여전히 락다운이라서 업무 처리가 느린 곳도 있나 봐요. 다들 혼자거나 소수라서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끼는 건 공통인가 봐요. 시간이 약이겠죠!
현재 본인 업무에 대한 이해도 수준을 설문 조사로 받고, 거기에 맞춘 교육도 진행되었어요. 사실 같은 직무 내에서도 업무가 워낙 다양한지라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어요.
하루 만에 제 업무의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대략 어떤 이야기가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내일은 조금 더 적극 질문해봐야겠다는 용기도 생겼어요.

쉬는 시간에 우연히 최근 한국 지사에 신입사원이 왔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입들과 네트워킹을 하시는 선배님과 채팅을 할 수 있었어요. 선배님께서도 제 존재를 모르셨고, 저는 다른 신입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어요. 포지션 마다, 그리고 업무마다 워낙 차이가 크다 보니 이런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한국어로 채팅하다니 흑흑 너무 행복했어요. 내일 중에 환영(?)의 전화를 하기로 했어요.
아참, 드디어 사원증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이 셀프 이기에 제가 직접 수령해야 했어요. 다행히도 우편 수령 방법이 있었지만, 모든 신청은 제가 직접 해야 했어요.
그래도 사원증을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근두근했어요.

교육 후에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한 달 동안 6개의 팀으로 나눠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하고 최종 1위 팀에게는 선물도 있는, 네트워킹과 교육 그리고 적응까지 돕는 퍽 전통이 있는 행사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 시작 전에 시련을 맞이했어요. 원래 소속되어 있던 그룹이 있었는데 관리자의 실수로 해당 그룹에서 추방당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어요.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또 이게 무슨 날벼락일까 싶었지만, 추방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 혼란은 더 가중되었어요.
그 와중에 다른 친구에게서 급하게 연락도 왔어요. 오늘 회의실 링크를 잃어버렸다는데, 그 친구도 저도 추방당한건 마찬가지인걸요? 하하하...


급하게 팀별로 그룹을 다시 생성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어요. 각자 한 개의 팀에만 소속되는데, 무엇 때문인지 저는 두 개의 팀에 소속되었어요.
그래서 두 개의 팀에서 계속 영상 전화가 오는데, 전 또 어디 전화를 받아야 할지 몰라서 상당히 당황스러웠어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오는데 좀 무서웠어요.

오늘은 정해진 시간 안에 팀 테마, 팀 구호, 팀명, 그리고 마스코트와 로고를 만들어야 하는 게 미션이였어요. 그 와중에 부담 주지 않으려는 의도였는지 로고와 마스코트는 그림판으로 그리라고 가이드를...
뒤늦게 제가 원래 배정된 방으로 갔을 때는 모두가 난리였어요.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테마에서부터 정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인지 다들 급한 마음에 말들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고, 거기엔 호주 발음 영국 발음 인도 발음 중국 발음이 모두 섞여 전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그 와중에 제 이름과 비슷한 친구가 있어서, 누가 나를 부른 건지도 헷갈리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팀 프로젝트가 늘 그러하듯, 프리라이더도 많았어요.
열댓 명이 넘는 인원이었지만 대부분 친구들은 마이크를 음소거한채 잠수를 탔고, 몇몇 친구들이 급하게 슬라이드를 만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저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로고와 마스코트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채용이 되어버렸어요 -_-
이미 과거 팀 프로젝트를 하며 '고민이 많아지면 망한다'라는걸 깨달았지만, 영어 패닉 속에서 저도 정신을 다시 잡기 쉽지 않았어요.
제가 만든 걸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저도 마음이 급했는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어요. 이놈의 영어!!!!
다행히도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게 끝났고, 영혼을 불태워 협동한 덕분인지 팀원들과는 갑자기 전우애가 생겼어요.
한 달 동안 꽤 자주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텐데, 제 페이스대로 진행해야겠어요. 눈치만 보다가 아무것도 못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오늘도 말하는 감자는 제대로 말하지 못했어요. 퇴근하고 나서 영어 회화 온라인 학원이라도 찾아봐야겠어요.
각 팀별로 소개를 하고 오늘 일정을 끝마쳤어요. 생각보다 늦어졌지만, 세계 어디든 팀 프로젝트는 혼란스럽다는 걸 다시 깨달으며 뭔가 웃음이 났어요. 세상 사람들 결국 사는 건 다 똑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오늘은 오전부터 계속 교육이 있어 바빴어요. 그래도 뭔가 하나씩 배워간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말하는 감자는 부족한 부분을 너무 많이 느꼈기에, 더 열심히 지내기로 마음먹었어요. 일단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해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동료는 모두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아요. 한 친구는 쉬는 시간에 "내가 말하는 억양 알아듣겠니?"라고 물어봤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충분해"라며 안심시켜 주었어요. 저도 주눅이 들지 말아야겠어요.
혼란스러운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참 재미났어요. 저도 실수해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용기도 생겼어요.
그런 의미로 오늘 노래 추천은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Ql4S_Lqj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