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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인생, 인생 첫 랜선점심

by 말하는 감Jㅏ 2021. 9. 16.

오늘부터는 매니저님이 앞으로 스스로 예습과 복습을 할 온라인 트레이닝 자료를 공유해주었어요. 어째 메일이 길다 싶었는데 10월 초중순까지 공부해야 할 학습 자료 목록이었어요. 세상에 맙소사. 너무 길었어요. 강의 하나당 4시간이 넘어가는 게 꽤 많았고, 심지어 교육 주제가 하나하나 너무 주옥같았어요. 제가 학부 때 수업 한번 들어보곤 “절대로 다신 마주하지 않아야지”라고 했던 과목이었거나 “이 수업을 받아들이기엔 나는 그릇이 너무 작아”라며 수강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과목이었어요. 뭐랄까, 저는 인연을 믿어요. 만나야 할 인연이라면 언젠간 만난다고 생각했지만, 회사 교육 때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죠.

심호흡 후 첫 번째 강연을 재생했는데, 작년에 인도에서 진행했던 세미나 녹화본이었어요. 누가 길거리에서 세미나에 참여했는지, 음소거가 되지 않아 길거리에서 빵빵거리는 소음이 ASMR처럼 저장되어 있었어요. 눈을 감고 강의를 들으면 제가 지금 인도 뭄바이 한복판에 있는 건지 한국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지나치게 현실적인 영상에 앞으로의 온라인 교육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오늘 점심은 선배들과 함께하기로 했어요. 원래는 회사에서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주최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초대장을 받은 선배분들이 모두 점심 식사에 동의해주셔서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에 맞춰 온라인 식사로 대체하게 되었어요. 각자 원하는 점심을 주문하거나 요리해서, 캠을 켜두고 대화를 하는 방식이었어요. 사실 카메라 앞에서 식사해보는 건 처음이었는지라 어색했어요.

저는 랜선 점심 메뉴로 햄버거를 골랐어요.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입을 크게 벌려 햄버거를 먹는 건 그다지 카메라에 예쁘게 잡히지 않았어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타이밍 맞춰 이야기하면서, 그 틈에 햄버거까지 먹어야 하는데 소스 줄줄 흘리며 상당히 곤란했어요. 미리 햄버거 먹방하는 유튜브라도 보고 올 걸 싶었어요. 결국 캠을 잠시 끄고, 마음 편안하게 햄버거를 모두 먹었어요. 코로나가 장기화함에 따라 기존 선배들도 직접 만나지 못해서 랜선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선배가 외부인에게 욕을 먹는 것은 월급이라는 대가의 일부이지만, 내부 동료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자율과 평등이 보장된 회사 생활이지만, 항상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자신에게 엄격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괜스레 걱정도 되고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공통으로 신입사원인 제 관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저도 가까운 미래에는 최근에 만났었던 선배들처럼, 새로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찰떡같은 경험을 공유해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오늘의 추천곡은 이선희의 ‘인연’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xuZV30EH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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