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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일기

출근 셋째 주 수요일 - 공포의 시뮬레이션

by 말하는 감Jㅏ 2021. 8. 18.

새벽에 매니저에게 메일이 왔어요. 알고 보니 그동안 소식이 없던 임시 랩탑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그러게요, 음, 왜 오지 않지? 분명 담당 직원분께서 택배로 보내주시기로 했는데. 그래서 아침에 출근 후 그 직원분께 연락하려고 했더니, 메신저에서 갑자기 연락 불가라는 처음 보는 에러 메시지가 떴어요. 알고 보니 퇴사를 하셨던 것이었어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택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해당 팀에 확인해보니, 지난번에 임시 랩탑 요청 후 취소 요청까지만 접수되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즉, 애초에 임시 랩탑이 신청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어요! 다행히도 담당자분께서 바로 준비할 수 있다고 하셔서 바로 부탁했어요. 이제 웬만하면 제가 스스로 다 처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아직까지 사내 이메일에 대한 예절을 모르겠어요. 한국어로 메일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영어로 매일 오면 어찌 해야 하나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어요. 저는 주로 수신한 이메일 언어에 맞춰 답장을 쓰는 편인데, 갑자기 언어가 변경되면 참 당황스러워요. 이런 건 참 어디에 물어봐야 할 지도 모르겠고, 참 당황스러워요. 이게 또 진리의 사바사 팀바팀 회바회 라고 하기에 난감하네요.

내일 랩탑 수령을 위해 사원증 출입 권한을 신청했어요. 그리곤 갑자기 낯선 분에게 메시지가 왔어요. 왜 해당 공간에 대한 권한이 필요하냐며 약어로 가득한 리스트를 보여주셨는데, 전 그 약어를 알 수 없었어요. 결론은 제가 잘못 신청한 것이었기에, 대화를 통해 문제 파악 및 솔루션까지 한 번에 모두 해결했어요. 그래도 천만다행이었어요.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필요 없는 고민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메시지의 마무리는 입사 축하 및 환영이었어요. 물론 다른 부서에서도 권한 신청이 이상하다며 연락이 왔어요. 이 문제 또한 마무리 지었어요. 권한 신청 매뉴얼에 누락된 부분이 꽤 있었는데, 다들 처음에는 이렇게 실수한 거겠죠?

오늘 네트워킹 게임은 제시된 물건을 캠으로 빠르게 보여주는 선착순 게임이었어요. 처음에는 사과를 보여 달라, 악기를 보여달라와 같은 평범한 미션이었는데 점점 난도가 높아지더니 나중엔 유효기간이 지난 빵도 있었어요. 선착순 게임인데 다들 손은 왜 이리도 빠른지, 그리고 집에 없는 물건이 없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전 겨우 1점을 획득했어요. 실제로 친구들은 휴대전화로 접속해 집안을 뛰어다니며(...) 물건을 찾으러 다녔어요. 선착순이라 그런지, 혹은 단순한 포맷이라 그런지 너무 재미있었었어요.

오늘 팀 프로젝트는 외부인과의 첫 만남 전을 함께 하는 과정이었어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기에, 그리고 늘 준비된 상태를 갖추는 데 필요한 질문들을 찾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단순히 토의와 함께 필요한 질문들을 생각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오늘 교육 마지막 시간에는 실제로 시니어분들이 상대로 참여해 나타나 롤플레잉을 했어요.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팀원들 사이에서 말하는 감자는 발언권을 얻을 수 없었어요. 다들 흥분했는지 말은 너무 빨랐고, 무언가 뚝딱뚝딱 문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오늘도 말 대신 눈치만 보는 감자가 되었어요. 롤플레잉 전에 각자 역할을 담당했는데, 저만 모르게 선착순이었는지 저는 남는 파트를 선택했어요. 사실 잘 몰랐지만 일단 1인분이라도 하고 싶어 이리저리 자료도 찾아보고 팀원들과 토론도 했어요. 팀원들이 많아서 그런지 하나의 문서에서 같이 작업하니 작업 효율은 높았어요.


준비 시간이 끝나고, 매니저들이 접속 전 팀원들과 긴장을 풀기 위해 제가 "얘들아 긴장하지 마~ 다들 이거 연습이잖아~ 상대가 태도 이상하면 우리는 수로 밀어붙이자~~ 우리 쉬운 말로 커뮤니케이션 하자~"며 웃고 떠들었어요. 맞아요, 말하는 감자가 세상에서 가장 긴장했어요. 매니저들이 들어오고, 실제 상황처럼 카메라를 켜고 진행을 하는데 더더욱 긴장되었어요. 그제야 처음으로 팀원들 얼굴을 봤는데, 또 긴장되었어요. 다행히도 매니저분들은 아주 젠틀하셨고, 팀에서 준비한 방향대로 대화가 흘러갔어요. 그리고 저희가 놓쳤을 법한 이야기들도 알려주셨어요. 분위기는 좋았지만, 전 그렇지 못했어요. 정말 빠른 영어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상대의 내용을 이해하고, 상대의 요지를 파악 후 정리한 뒤, 원래 제가 맡은 주제와 질문을 수정해 질문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어 후속 질문을 이어가야 했어요. 질문과 답변 각각 모두 끝을 제가 담당했기에, 대화를 마무리 지어야 했지만 머리는 이미 하얗게 변했어요. 사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흑흑. 시작 전 세상 여유로운 척 했지만 말하는 감자는 상당히 매우 긴장했고, 세상 어려운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망쳤어요! 영어는 꼬일 만큼 꼬였고, 말하는 부분에서 실수하니 대화의 접근은 몹시 어렵게 방향을 바꿔버렸어요.
다행히도 세션을 마치고 친절한 피드백을 알려주셨어요. 사람들은 모두가 저처럼 대화 주제에 친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주는 게 좋다며 몇 가지 연습할 방법도 알려주셨어요. 쉽게 말하자고 해놓고선 말하는 감자가 제일 어렵게 말해버렸어요! 제가 알고 있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건 너무 달랐던 것 같아요. 이러니 연습이 필요한가 보다 싶었기도 했어요.

세션이 끝나니 어느덧 오늘 하루도 마칠 때가 되었어요. 온몸이 긴장한 채로 팀 프로젝트와 시뮬레이션을 해서였는지 온몸에 기가 다 빠지는 기분이었어요. 제 한계를 넘어서는 활동처럼 느꼈기에, 사실은 조금 버겁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그런데 참 웃긴 게, 어찌 하다 보니 또 마무리되네요. 오늘은 말하지 못하는 감자였고 긴장만 하는 감자였지만, 언젠간 저도 차분하게 핵심만 전달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오늘 연습은 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습관을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어요.
온종일 제대로 말 못하는 감자였기에, 오늘의 추천곡은 Naomi Scott의 Speechless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w5VIEIv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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