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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일기

출근 셋째 주 금요일 - 이제야 알게 된 나의 소속

by 말하는 감Jㅏ 2021. 8. 20.

오늘은 오전에 팀 활동을 먼저 시작했어요. 소재가 언제 고갈되나 싶을 정도로 매번 새로운 팀 활동을 하는데, 오늘은 온라인에서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는 봉사활동(?) 겸 누적되는 포인트로 팀끼리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국가에서 데이터 라벨링 마냥 열심히 좌표를 만들었어요. 아무리 튜토리얼 안내를 잘 들어도 사실 조금 복잡하긴 했어요. 팀원들도 서로 도와가며 누락 없이 마무리했어요. 오늘은 낙오되지 않은 것에서 충분한 걸로.

오늘은 한 주의 교육을 마무리하는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있어요. 생각보다 발표 자료를 만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팀원들끼리 모여 정신없이 자료를 수정했어요. 팀 과제가 늘 그러하듯, 자료를 마감할 때 즈음 제가 만든 자료가 부족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급하게 슬라이드를 추가하며, 발표 자료 제작을 마무리했어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매니저 두 명이 가상의 외부인으로 발표에 참여했는데, 오늘은 지난 보다 더 적극 피드백을 주셨어요. 발표 중간마다 질문 한 보따리에 사실 팀원들도 조금 많이 당황하긴 했어요. 제가 발표를 할 때도 갑자기 글씨가 너무 적지 않느냐, 상대는 어떤 환경에서 자료를 보는 것이냐, 모두가 시각적으로 방해가 없게 만들 차선책은 없느냐 등을 물어보셨어요. 저는 발표 자료 제작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는데, 컨텐츠 만큼 다양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이게 참 신기한 게, 늘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행동으로 실천하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한 주간의 노력의 흔적을 발표로 마무리하니 뿌듯했어요.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궁서체입니다.)

한주간의 교육을 마무리하는 세션을 가졌어요. 진행자분이 이번 주 교육이 어땠는지 물어봤었는데, 모두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나 봐요. 다들 주말이 기다려진다면서도, 남은 반나절도 잘 보내자며 서로 영차영차 했어요. 뭐랄까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아까 받았던 피드백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어요.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랄까요? 다음번에는 더 여유를 가져야겠어요. 진행자분께서 실수 없는 진행을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듣고 듣고 또 들으라고 했어요. 마지막에 행동으로 옮겨야 놓치는 것이 없다며 현업에 오래 계셨던 진행자분이 듣기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셨어요. 또한, 비즈니스로 대표되는 아이디어를 기술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며 중요성을 잊지 말라고 하셨어요.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포지션 별 스페셜 게스트와 함께하는 대화의 시간이었어요. 오늘은 두 분이 함께했었는데, 한 분은 아무 다양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는 능력자분이셨고, 다른 한 분은 관련 전공자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신 분이었어요. 세상에, 이런 분들과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다니! 두 분의 말투는 마치 해외 스포츠 캐스터 말투였어요. 앞으로의 일정 및 신입사원들의 정체성에 대한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이루었어요. 이제야 제 현재 소속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내년 이맘때 즈음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저는 늘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그럴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제대로 정신 차리기 위해서 미리 필요한 능력들을 함양해야겠어요. 늘 그러하듯 모두가 여유가 있었어요. 역시 캠을 모두 켜고 대화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질문 하나를 했었는데, 오늘따라 영어가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래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며 본인들의 이야기와 신입 시절에 했던 고민거리 등을 공유해주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가 있다면, "이곳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라는 것이었어요. 즉, 본인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더 많은 성장을 위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해주셨어요.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하나의 미션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제는 조금 더 알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재택 중이라 동료가 많이 없다고 이야기했더니, 본인이 알고있는 동료를 소개해주겠다고도 말해주셨어요. 실제로 세션이 끝나고 나서 바로 소개를 해주셨는데, 제 예상과는 달리 시니어 한 분이셨어요. 퇴근 시간이 가까워 다음 주에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바로 메시지를 주셨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볍게 하며, 다음 주에 랜선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어요. 서로 잊지 않게 캘린더에도 등록해두었답니다.

 

퇴근할 때 즈음 갑자기 택배가 왔어요. 그런데 제가 주문한 물건이 아니었기에, 발송처에 전화 문의를 했더니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위해 구매한 물품이라고 알려주셨어요. 또렷한 음성을 전달하기 위한 무선 헤드폰이었는데, 착용해보니 뭐랄까 음~ ^^ 딱 이런 느낌이었어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물건 보낸다고 언질도 주지 않다니.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뭔가 새 제품 언박싱하니 기분은 또 눈치 없이 좋았어요.


정말 폭풍 같던 한 주가 끝났어요.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망설임이 줄어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도전적인 일들이 많겠지만, 이번 주에 있었던,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한 순간을 기억해야겠어요. 이젠 찬 공기가 느껴지곤 해요. 뜨거웠던 여름을 벌써 회상하는 건 아닌가 했어요.
오늘의 추천곡은 Abba의 Our last summer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m3s1sAN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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