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가가 끝나고 다시 업무로 복귀했어요. 누군가가 그랬죠,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잠시 먼저 나와 업무를 하면 된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전 이미 어제 잠시 근무와 회의 참가를 했기 때문에 오늘 휴가 복귀가 두렵지 않았어요.
아니었어요, 사실 아주 두려웠어요. 휴가 기간에 아주 중요한 세미나와 행사들이 많이 있었고, 동료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도 엄청나게 읽지 않은 대화들이 많이 쌓여있었어요.
대망의 이메일은 정말 많이 쌓여있었어요. 입사 후 이렇게 많이 읽지 않은 메일이 제 메일함에 있는 건 처음 봤어요. 하나같이 메일들은 장문이었고, 텀블링하며 읽어봐도 중요한 내용들 뿐이었어요. 오전 시간 내내 메일을 하나씩 읽었지만, 저는 결국 쌓인 메일을 모두 소화할 수 없었어요. 이 정도면 외국계 신입사원 말하는 감자를 향한 몰래카메라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어요. 메일을 쭉 읽던 과정에서,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일을 플래그 처리해두었는데 플래그마저 계속 쌓이다니 흑흑.
중요한 미팅들은 녹화본을 확인했어요. 한 행사가 꽤 중요한 것 같았지만, 도저히 연휴 일정을 맞출 수가 없었기에 녹화본을 재생했는데 오마이갓. 믿을 수 없었어요.
시간대가 모두 제각기 다른 제 매니저와 다른 팀의 모든 매니저는 물론이고, 매니저들의 매니저들과 그 매니저들의 매니저까지 모두 참석하는 엄청난 규모의 행사라는 것을 전 믿을 수 없었어요. 중요한 이야기들을 했고, 사실 제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도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슬펐어요. 다음에는 꼭 참석해야겠다며 자신을 스스로 토닥이고 있었는데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있었어요.
세상에, 오늘은 금요일이니 주간보고를 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일주일 중에 오늘 하루만 근무했는데 저는 어떤 성과도 없었기에 꽤 당황했어요. 보고를 위한 보고는 피하고 싶은 부분 중의 하나였기에, 저는 기존의 주간보고 양식을 삭제하고 다음 주에 할 일들과 최근 겪었던 애로 사항들을 정리해서 매니저에게 전달했어요.
점심도 먹지 못하고 온종일 이메일과 메시지, 그리고 회의 자료들을 확인했어요. 퇴근 시간이 될 때 즈음 저는 직감으로 느꼈습니다. 이렇게 쌓인 메일을 오늘 안에 확인하지 못한다면 평생 다시 열어보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요. 저는 살짝 체념한 마음으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새벽 늦게까지 메일들을 확인했어요. 매니저처럼 더 많은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 통의 메일이 온다고 했는데, 그분들은 어떻게 메일과 일정들을 관리하는지 너무 미스테리한 하루였어요.
긴 휴가 후 복귀 꿀팁은 아직 외국계 신입사원인 말하는 감자에겐 없었어요. 언젠간 긴 휴가 뒤 복귀 꿀팁도 생기겠죠? 그래도 푹 쉬고 와서 좋았어요.
오늘의 추천곡은 빅마마의 ‘체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LfAaYIul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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