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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일기

다시 되돌아보니 내가 오만했다

by 말하는 감Jㅏ 2022. 3. 3.

최근 말하는감자는 현생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고군분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를 돌아봤는데, 제가 필요 이상으로 싸움닭처럼 전투력과 함께 가드를 계속 올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아쉽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긴장 속에서 제가 여유를 잃었다는 사실이 속상하기도 했죠.

외국계 기업 특성상, 본인의 업무 외 다른 사람들의 일은 알 수가 없어요. 그 말인즉슨, 어제 내가 같이 먹었던 동료가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는 직접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물어보곤 해요. 물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러운 티타임 보다는 언론 인터뷰 내지는 취조 같아 보일 수 있지만, 그럴 때 “아,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라는 치트키를 쓰곤 해요. 이젠 신규 입사 찬스를 쓰기에는 다소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대일로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는 꽤 서로가 이해해주는 치트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제가 속한 집단을 가볍게 보는 사람들을 최근에 저도 모르게 적대시했나 봐요. 생각해보면 서로 갑자기 하루 업무를 맞바꾸면 잘하지도 못할 것인데, 제가 속한 그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저도 삐뚤어지는 것이었죠. 어쩌면 제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험담을 하던 사람의 업무를 제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어요. 서로의 업무를 먼지 한 톨 만큼도 이해하지 못할 텐데, 저는 업무 중에 생겨난 사적인 감정이 섞인 채 부정적인 정서가 오만함으로 커진 것 같아요.

하루는 특정 상황에 대해서 다양한 포지션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미팅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평소와 달리 저에게도 익숙한 주제였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경청하였고, 저도 제 의견을 덧붙이기 위해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전혀 연관이 없을 것만 같던 직무의 직원이 평상시에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현상에 대한 진단과 아이디어를 제시하셨어요. 저는 몇 주 동안 해당 주제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을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기에, 얼얼했어요.

현장에서의 경험과 각자 위치에서의 고찰, 그리고 충분한 학습과 기획력까지 모든 것이 합쳐져 인사이트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퇴근하고 해당 미팅 때 정리해둔 회의록을 다시 읽어봤어요. 그리고 다시 되돌아보니, 제가 최근에 무언가를 조금 더 공부했다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어쩌면 저에게 갑자기 찾아온 오만이라는 기색을 감지한 순간이었어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더 신경 써야겠어요.

 

오늘의 추천곡은 Taylor Swift의 Back To December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UwxKWT6m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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