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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일기

출근 다섯째 주 수요일 - 웹캠 너머로 전우애가 생겼읍니다

by 말하는 감Jㅏ 2021. 9. 1.

오늘 아침에는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이었던 직원분을 만나뵈었어요. 시간이 꽤 지났지만, 다시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긴장되었어요. 약속 시각에 맞춰 인사를 드렸고, 가장 먼저 뒤늦은 입사 축하를 받았어요. 과거에 면접을 봤었지만, 그 이후에 따로 공유 받으신 게 없다고 하셨어요. 자연스레 한 달간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어요. 같은 행사도 저와 매니저의 관점은 퍽 달랐어요.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방향성도 제시해주셨어요. 면접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꽤 나누었었는데, 아직도 기억하시고 계셔서 놀랍기도 했어요.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약속의 시간이 끝나고 앞으로의 파이팅을 외치며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졌어요.

 

오늘의 팀 활동은 다시 돌아온 퀴즈쇼였어요. 이미 퀴즈쇼는 여러 번 겪어봤기에, 이번에는 팀원들과 전략적으로 참가했어요. 기존 퀴즈쇼보다 정답을 고민할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사실 그 전략은 그렇게 잘 통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30문제가 넘게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문제들이 나왔고, 모두가 틀리는 와중에 운빨 덕분에 어쩌다 보니 순위권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는 긴장하고 문제를 열심히 풀었어요. 참가자 전체 중에 5위까지 활동 점수를 부여하는데, 저는 5위로 게임을 마무리했어요. 제가 속한 팀에서 3명이 Top 5에 속했기 때문에 더 뿌듯했어요. 팀원들과 채팅에서사실 수능 치는 기분으로 집중했어라며 농담도 주고받았어요. 이게 뭐라고, 싶다가도 너무 뿌듯했어요.

 

오후에는 온종일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직군에 상관없이 모두가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활동이었어요. 겉으로 설명서를 봤을 땐 쉬워 보였지만 막상 팀원들과 함께하니 세상 어려웠어요. 저는 팀원 중에서도 초기에 설정 오류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다시 세팅을 진행했고, 낙오자가 되어버렸어요. 직감적으로 혼자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느꼈고, 자존심을 다 버린 채 도움을 요청했어요. 팀원 중 한 명이 저에게 화면 공유를 요청했고, 저는 교육 중에 처음으로 제 화면을 공유했어요. 다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한 친구가 저에게 1:1로 알려주겠다며 별도의 대화방을 개설했어요. 설명서를 보며 따라갔지만, 유치원생도 할 수 있을 것처럼 써진 설명서와 달리 현실은 친구가 족집게 과외 마냥 알려줘도 따라가기 너무 벅찼어요. 인사도 해본 적 없는 초면의 친구였는데, 너무 똑똑해서 저는 천재 선생님이라고 그 친구를 불렀어요. 친구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기초 설정을 마치고 다시 팀 단체 방으로 이동했어요.

 

하지만 설상가상 남아있는 과정은 더 어려웠어요. 이제부터는 저뿐만 아니라 팀원들 모두가 계속 멘붕에 빠졌어요. 다들 에너지 넘치는 친구들이었지만나 정말 지금 길을 잃었다라며 풀이 죽어있었어요. 어차피 서로 다 모르는 입장이었기에 돌아가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돌아가며 하드캐리를 했어요. 이게 참 웃긴 게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으니 서로서로 점점 의지하게 되었어요. 특정 상황에서는 제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야매스러운 방법이었지만 조원들에게 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지도를 하고 있었어요. 너무 긴장한 채 머리를 써서 그랬는지 당이 부족했어요. 이렇게까지 빡빡한 교육인가 싶었지만 머릿속에는 오늘 안에 끝내고 싶은 간절함 뿐이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지쳐서 오늘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욕이 꺾여갔지만, 저희 팀은 서로를 격려하며 끝낼 수 있도록 응원해줬어요. 맞아요, 웹캠 너머로 전우애가 생겨나고 있었어요. 서로 시차가 있었지만, 공통점은 모두가 끼니도 거른 채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어요. 퇴근 시간을 훌쩍 넘어서야 결론이 보였어요. 흑흑. 너무 진이 빠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낙오하지 않고 팀원들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그러던 중 한 직원이 대화방에 들어오더니, 저보고 어제 발표했던 내용을 3줄 요약해서 본인에게 알려달라고 했어요. 너무 강압적인 태도에저 멘토는 왜 저렇게 불친절한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팀원이었어요. 발표 자료는 이미 다 공유했지만, 본인이 직접 검토하기는 싫었나 봐요. 서로 오늘 지칠 때로 지쳤는데, 왜 저렇게 시비조였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 친구가 퇴장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다시 물어봤어요. “방금 나간 사람 설마 우리 팀원이야?”

 

팀원들과 마지막 업무를 모두 마무리하고서야 모두 퇴근을 외칠 수 있었어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지만, 그래도 끝냈다는 사실에 너무 뿌듯했어요. 사실 생각해보니 애초에 너무 버거운 과제였던 것 같아요. 학부 시절 중간고사 대신에 했던 프로젝트를 4시간 만에 해결하라니! 그 와중에 또 어찌어찌하다 보니 완료한 게 더 신기한 하루였어요. 불가능은 없다는걸, 그리고 머리를 맞대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가능성을 확인했던 하루네요.

오늘의 추천곡은 AbbaSOS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vChjHcAB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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