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시간에 킥오프 미팅을 시작했어요. 한 달간의 온보딩 교육 기간 중 마지막 미팅이었기 때문에, 두 명의 선배가 게스트 스피커로 함께 했어요.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에 비유하여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한 달간 기업과 문화, 그리고 필요한 스킬들을 익히며 지상에 있었던 저희가 이제는 자유낙하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했어요. 해외여행 갈 때 타는 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군대 고공낙하용 비행기였나 봐요. 다음 주부터 바로 현업에 투입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건 아니었어요.
안전하게(?) 자유 낙하(?)하기 위해서 잊으면 안 되는 혜택들과 권리들을 알려주었어요. 이 세상엔 올바른 정답이 없으니 주변의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게 실행으로 옮기기 힘든 - 꿀팁도 알려주었어요. 실제 프로그램 담당자는 실제로 약 20년간 10개의 직업을 가졌다고 했었어요. 불가능이 없는 환경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해봤어요.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되 순간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라,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니 모를 땐 모른다고 하라, 각자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으라와 같은 실용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었어요.
항상 세션이 끝나갈 때 즈음에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요. 말하는 감자는 사실 그동안 궁금한 게 있어도 제대로 말할 용기가 없었어요. 각자 위치에서 썰 잘 푸는 친구들 틈에서 저는 대화를 따라가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고뇌와 좌절이 반복되면서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극복된 것 같았어요. 이때까지는 눈치 보는 감자 말 못하는 감자였었지만, 오늘은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사소해서 물어보기 민망하지만 어쩐지 혼자 답을 찾지 못할 것 같은 질문을 하나 던졌어요. 다들 좋은 질문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면 다들 똑같은 인간들인가 봐요. 한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었는데, 한 직원이 실제로 외부인이 계속 모르는 질문을 해서 구글링을 하기 위해 당황할 때마다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했어요. 나중에는 화장실 가는 게 너무 잦아지자 외부인이 괜찮으냐고 걱정을 했고 난감한 상황을 회피했다는 이야기였는데, 어쩌다 보니 실명도 알게 되었어요.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가 봐요.
오늘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교육 폐회식(?)도 했어요. 앞으로의 일정을 안내받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인상 깊은 코멘트들을 같이 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모두가 경쟁이 아닌, 서로 도와가며 어려운 교육들을 하나씩 끝마쳐서인지 뿌듯했어요. 각자에게 온보딩 교육의 뜻은 서로 달랐겠지만, 하나의 공통된 의견은 바로 동반 성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저는 제 팀원들에게도 너희가 없었더라면 절대로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누군가는 리더십을 통해 팀을 이끌었고, 누군가는 일정을 체크하며 할 일들을 리마인드해주었고, 누군가는 본인의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로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파이팅을 외치며 길었던 한 달간의 온보딩 교육을 마무리했어요.
특히 10개 넘는 팀 활동하며 집단 지성의 강력함을 보여주었던 팀원들과 함께 인증샷도 찍었어요. 이렇게 어려울지는 몰랐지만, 또 어찌어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어요. 활동하며 사소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활약에 대해서는 서로 칭찬하는 문화가 팀 안에 있었어요. 엽서 느낌의 칭찬 채팅이 모두를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촉매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인지 이번 온보딩 교육은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생각했어요. 각자의 장점과 성향 그리고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앙상블을 만들기 위해 서로 맞춰가고 의견을 제시하며 더 나은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낸 점에서 퍽 멋진 작품을 하나 마무리했어요. 누군가가 온보딩 교육은 허니문이라고 불렀는데, 생각보다 달달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달달한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어요. 어서 하늘길이 다시 열려서 직접 얼굴 바라보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요.
저는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했던 말하는 감자에게 큰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오늘 받은 두 번째 피드백에서는 첫 번째 피드백보다 훨씬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칭찬을 받았어요. 그렇기에 ‘네가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더 많이 보여줘!’라는 코멘트도 저에겐 큰 힘이 되었어요. 꽤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음에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오늘의 추천곡은 Mika의 We are golden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EhutIEUq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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