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느덧 마지막 팀 활동 시간이었어요. 대망의 마지막 활동은 어떤 것일지 고민했는데, 미드 프렌즈에도 나왔던 Jeopardy 형식의 퀴즈쇼였어요. 아니 또 퀴즈쇼라니? 5분 동안 팀원들과 퀴즈쇼를 어찌 풀어나갈지 전략을 짜는 시간이 있었는데, 각 팀별로 대표자를 뽑아야 했어요. 한 친구가 저를 갑자기 추천해주더니,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제가 갑자기 팀 대표를 맡게 되었어요. 어차피 풀 퀴즈와 점수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부담은 없었어요.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팀 대표가 문제를 선택하고 5초 안에 직접 대답을 해야 했어요. 각 주제별로 100점부터 500점짜리까지 문제가 있었는데, 다들 처음엔 300점 문제들을 공략했어요. 첫 라운드에는 아무도 맞추지 못했어요. 왜냐면 정답을 생각하기에 5초는 너무 짧았고, 문제는 너무 어려웠거든요. 아무리 퀴즈를 준비할 자료가 있더라도 5초는 부족했어요. 팀별로 각자 퀴즈 도전 후에는 모두 깊은 한숨을 쉬었어요. (평상시에도 마이크 음소거 잘해야 하는 이유) 100점짜리는 쉬울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았어요. 저는 겨우 2문제를 맞췄어요. 흑흑. 이렇게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는 역할을 제가 할 줄은 몰랐어요. 마지막 문제가 배점이 컸었는데, 채팅을 빠르게 입력했지만, 전송이 느리게 되어버려서 득점할 수가 없었어요. 아니 메시지 전송에 로딩이 걸리다니!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흑흑. 어깨가 너무 무거웠어요. 그래도 다들 잘해줬다며 절 칭찬해주었어요. 다들 팀 활동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리고 오늘 최종 발표를 위해 바로 발표 자료를 만들러 갔어요. 오전에 오늘 또한 직무별로 발표를 따로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접했기에, 저는 지난번 피드백을 기반으로 발표 자료를 만들었어요. 8분 정도의 짧은 시뮬레이션이었는데, 자료 선정 또한 자율이었기에 부담이 컸어요. 다행히도 주제 선정에 대한 고민을 같은 직무 친구들과 해서인지 대략적인 컨셉은 적당하게 잡을 수 있었어요. 이곳에서의 한 달간 교육에서 배운 것은 고민 대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기에, 저는 바로 발표 자료를 만들었어요. 시간이 부족해서 리허설 없이 바로 시뮬레이션 장소로 이동했어요.
가볍게 인사를 서로 나눈 뒤 최종 발표를 시작했어요. 앗, 첫째 팀에서 저랑 겹치는 슬라이드가 많았어요. 저는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는척하며 겹치는 슬라이드를 하나씩 지워나갔어요. 분명 8분이었는데 첫 번째 팀에서 발표를 30분간 했어요. 둘째 팀도 비슷하게 했어요. 저는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기에,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스톱워치를 켜고 발표를 시작했어요. 오늘은 그럴싸한 말하는 감자가 되고 싶었기에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어요. 중간 질문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하지만 현장에서 자주 겪을 수 있는 난처한 것이었어요. 무난하게 답변을 하며 슬라이드 발표를 했어요. 아니 영어는 왜 이리 해도 해도 어려운 걸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오늘따라 더더욱 영어는 버벅거렸고 스스로와의 싸움 마냥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어요. 발표를 모두 마치고 스탑와치를 보니 25분이 지나있었어요. 타임키퍼가 되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비록 목표했던 발표시간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심사위원으로부터 다양한 질문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화요일과 같은 심사위원이었는데, 이제는 서로가 어떤 느낌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지 알아서 대화는 더 매끄러웠어요.
오늘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바로 한 친구 발표 중에 심사위원이 아주 신이 나는 음악을 갑자기 켰어요. 발표하던 친구는 본인에게 나는 소리인 줄 알고 동공 지진에 난리였고 본인 휴대전화를 확인하더라고요. 발표 중에 갑자기 웬 음악 소리인지, 매너모드도 안 켜둔 친구가 참 아쉬웠어요
는 무슨 저도 제 휴대전화에서 노래가 나오는 줄 알고 정신없이 확인했어요. 알고 보니 화상 회의 중에 마이크를 끄지 않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정리하는 능력을 보고 싶었다고 의도한 상황이었어요. 물론 참여했던 친구들 모두 초토화했지만, 이젠 웬만하면 당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팀 전체가 1시간 동안 발표를 했고, 다른 1시간 동안 피드백 시간을 가졌어요. 사실상 한 달간의 온 보데 교육의 마무리였기 때문에, 뭔가 뭉클했어요. 심사위원분은 본인의 주니어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끝까지 세밀하게 신경 써주셨어요. 매주 정신없었고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참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았어요.
아참, 아침에 했던 퀴즈쇼는 부담감과 압박감 속에서도 꽤 괜찮은 성적이 나왔어요. 부담감은 마치 양쪽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지만, 결국 그 무게는 제 마음가짐에 달려있지 않나 싶었어요. 생각해보니 그 순간에는 큰 실수를 한 것 같고 죄책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것이 아닌 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젠 더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오늘의 추천곡은 백지영의 부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_on-H8zr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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