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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일기

모든 호주 사람들은 블랙핑크 로제처럼 영어 하지 않는다

by 말하는 감Jㅏ 2022. 4. 9.

최근에는 오세아니아 사람들과 업무를 꽤 오래 했어요. 뉴질랜드 웰링턴은 한국과 3시간 시차가 나는데, 이게 생각보다 은근 컸어요. 뉴질랜드 시각 기준으로 오전 9시 미팅하자고 하길래 흔쾌히 쿨하게 오케이했는데, 생각해보니 한국 시각으론 새벽 6시 미팅이 되었어요. 이미 미팅이 다 잡혀버렸으니, 뜬금없이 새벽 미팅을 들어가야만 했어요.

사실 일찍 일어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영어는 상당히 곤란했어요. 우선 호주 영어도 쉽지 않았어요. 뭐라 해야 할까, 블랙핑크 로제의 호주 영어는 꽤 듣기 좋고 매력적이었지만 모든 호주 사람들이 로제처럼 매력적인 영어를 하진 않았어요. 특히 멈블링(mumbling)이라고 웅얼웅얼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정말 영혼을 끌어모아 열심히 들었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어요. 호주 영어도 힘들었지만, 뉴질랜드 영어는 또 달랐어요. 한 뉴질랜드 사람이 본인 엑센트가 사투리가 좀 섞여 있다고 먼저 말해줬는데, 정말 상상을 초월했어요. 처음엔 “오, 제주 사람들이 네이티브 사투리 일부러 쓰는 것처럼 사투리 쓰는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보통의 영어라고 해서 1차 멘붕. 제가 놓친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자 되물었더니, 다시 설명해주는데 체감 상 2배속으로 빠르게 말해주는데 2차 멘붕. 친절했지만 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예전엔 상대가 영어로 무언가 말할 때 한 마디라도 놓치면 괜히 초조해지고 걱정되었어요. 하지만 말하는 감자는 그 사이에 더욱 강해졌고, 이제는 못 들으면 못들은 대로 그냥 넘어가요. 물론 싸한 게 느껴지는 빅데이터 모먼트에는 다시 물어봐요. 한동안 새벽부터 온종일 호주 영어 그리고 뉴질랜드 영어를 들으니 어느 순간부터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순간이 온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중요한 미팅은 최대한 일찍 잡아뒀어요.

호주 아저씨 고객분들과 오랫동안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어요. 제가 고객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비즈니스 관련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문제는 이 아저씨들이 모두 엄청나게 시크했다는 사실이었어요. 제가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과거에 어느 정도 잘 먹혔던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지만, 호주 아저씨들은 입꼬리가 올라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아주 연한 미소만 보였어요. 처음에는 저를 무시하는 건가 싶었는데, 또 업무 처리 속도는 이때까지 만났던 고객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했어요.

첫째날 호주 아저씨들이 너무 시크해서 탈주해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했어요. 아, 이건 내가 결코 못 살리는 분위기라고 생각이 드니, 점점 더 의기소침해지는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이틀부터는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았어요. 서로 boys라고 부르는데 뭔가 신기했어요. 다들 수염에 문신에 화려함의 끝판왕이었는데 boys라니! 참 웃긴 게,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제 영어 억양도 점점 그들과 비슷해졌어요. 이래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일까요? 마지막 인사를 할 때는 저도 브리즈번 즈음에 있는 줄 알았어요. 저를 힘들게 했던 다양한 나라의 영어 억양이 있지만, 오세아니아도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당분간 오세아니아 영어를 들을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지만, 또 다른 영어 억양으로 제 물든 호주 영어 억양을 중화(?)시켜야겠어요.

오늘의 추천곡은 로제의 On The Ground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KZvWhCqx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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