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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일기

말하는 감자의 외국계 기업 첫 공식 출장(feat. 호캉스)

by 말하는 감Jㅏ 2022. 4. 20.

드디어 업무를 받았어요. 한국에서 한국어로 한국 고객을 만나는 한국 업무요! 사실 DAY-1부터 업무를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국인과 직접 업무를 하기 위해선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했어요. 우선 제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공부와 트레이닝이 필요했고, 그다음에는 제가 준비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도록 자아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고, 제가 업무에 투입되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몇 개월간 반복적으로 이러한 준비를 했고, 드디어 업무에 투입하게 되었어요.

출장지가 꽤 거리가 있어 근처에서 하루 먼저 숙박하기로 매니저와 결정했어요. 성인들이 이런 것까지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 일기장 검사받는 것 마냥 다 허락받아야 하나 싶지만, 네, 받아야 해요.

외국계 기업답게 숙박을 위한 한도는 무제한! 그래서 어떤 5성급 호텔이 좋을지, 스위트룸 중에서도 어떤 스위트룸이 좋을지, F&B는 어디가 좋을지, 헬스장 시설은 얼마나 좋을지, 조식은 어떨지? 등의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숙박 예약도 셀프이기 때문이에요 ^^ 그 말인즉슨, 너무 비싼 곳을 예약해서 매니저가 승인을 거절하면 다음 달에 청구되는 카드 대금은 제가 내야 해요. 차라리 얼마까지만 예약해야 한다고 알려주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뭔가 스스로 마음 졸이게 되는 그런 시스템인가 봐요.

이번 출장은 제 데뷔 무대(?)이기에, 모든 변수를 고려해 출장지에서 가장 가까운, 도보 10분 거리의 숙소로 예약했어요. 생각보다 금액이 비쌌지만, 프로페셔널하게 이동 시간을 돈으로 산다고 마음먹기로 했어요.(물론 제 돈은 아니지만)

체크인날, 숙소로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체크인했어요. 일찍 체크인하고 싶었지만, 업무에 이리저리 치였던 말하는감자는 선택권이 없었어요. 유난히도 친절한 수습 직원이 절 맞이해주셨고,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어두워지는 게 보였어요. 그러더니 한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선배 직원은 저에게 안타깝게도 예약한 객실이 오늘 만실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아니 잠시만요, 이런 일은 원래 예정에 없었어요. 이 시간에 숙소 구할 자신도 없고, 당장 몇 시간 뒤에 바로 체크아웃할 건데 복도라도 좋으니 눈만 붙이게 해달라고 빌려고 마음속으로 다 마음먹었어요. 다행히도, 풀부킹 덕분에 룸 업그레이드를 받았어요. 생각지도 못한 룸업그레이드는 늘 기뻐요!

객실 키를 받고 복도 가장 끝에 있는 객실을 열었는데, 오마이갓 세상에 이렇게 큰 객실은 처음이었어요. 정말 너무 넓어서 온 가족이 지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우선 욕조에 뜨거운 말을 받고, 환복을 먼저 했어요. 말하는감자는 온종일 머리 아픈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욕조에 몸을 잠시 담그고 그럴싸한 음악도 틀었어요. “이게 바로 직장인의 호캉스구나…” 라며 여유를 느끼던 순간, 앗 내일 발표 자료가 다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현실을 깨달았어요. 정신을 차리곤 바로 샤워를 하고 업무용 데스크에 앉았어요.

업무용 데스크도 아주 좋았어요. 그럴싸한 조명에, 반대편에는 6인용 소파까지 있었어요. 여기가 객실인지 클럽하우스인지 모를 것만 같았답니다. 그럴싸한 자세로 노트북을 열었고, 저는 준비 중이었던 발표 자료를 열었어요. 오.마이.갓. 전 그 순간 제 눈을 의심했어요. 그리곤 저도 모르게 양손이 제 입을 틀어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가 몇 주간 열심히 만들었던 자료가 날아가 있었어요! 아닐 거라며 스스로 안심을 시켰지만, 등에선 땀이 줄줄 흘렀답니다. 백업본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백업 공간은 텅 비어있었고 야속하게도 내일 필요한 발표 자료 빼고 모든 것이 자기 자리에 있었어요.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혹시 4월에 폭설이 내리지는 않을까? 혹은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자연재해가 생기지는 않을까? 혹시 출장지에 내일 갑자기 정전되는 바람에 출장이 취소되는 건 아닐까? 아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일은 없었어요. 저는 차분하게 냉수를 그럴싸한 유리잔에 따라 마신 뒤,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체크아웃까지 8시간 정도가 남았고, 저는 이미 지친 몸이었지만 카페인과 당을 충전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눈물이 핑 돌았어요.

 

오늘의 추천곡은 윤하의 말도 안돼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ro5g8Ce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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